나는 사라지고, 지워진다.

지긋히 쳐다보는 것이 좋다.
눈에 남는 것이 좋다.

자꾸 잃어버린다.
생각나는 것이 좋겠다.

익숙한 곳은 낯설다.

기억에 갇혀 서성이다 나선다.
기억 속, 파편 하나를 건진다.

다시 퍼즐은 시작된다.
익숙함은 당신의 몫이다.




경향 기사_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_[기억된 사진들] 그대로 제자리

뉴시스 기사_ 그 '어떤 현장의 통각'이 그대로…허란 '꺾인 풍경' 展


작가노트_
나는 길위에 서있었다. 내가 그곳을 찾았고, 보고 싶고 확인해야하는 마음에 계속 거닐었다. 낯선 곳이 였다가도 다시금 익숙해지는 그곳이 나를 찾았다. 아니 내가 찾았다.
잊어보려 다가도 기억해내서 마음이 일렁이는 가지들이 떠올랐다. 나는 자연스레 사라졌다가 지워진다. 내가 하는 행위인지 기억이 선명하지 않고 가물가물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어떤 파편이 떨어진다. 그제야 나는 사라지지 않고 기억은 마음대로 흘러버린다.
이상하게도 지긋이 쳐다보는 것이 좋다. 잠깐이여도 내 눈에 남는 것이 따듯했다. 보다 보다보니 징하게 질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눈에 남으면 마음에 남아 있으리라 생각했다. 잊혀지는 게 아니라 잃어버리는 거였다. 그러니 생각날 수 있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익숙한 것은 내가 아니고 당신일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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