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사진적의 소개글_

평화는 촛불로 오는 걸까. 잉걸불로 오는 걸까.
촛불로 치자면 우리는 참 속없이 살았겠다. 몽상가의 표현대로 저 “구멍 난 촛불”의 시대를 견뎌냈을지도 모른다. 속 ‘뚫린’ 초처럼, 홀로 타오르며, 녹아내린 홈을 따라 숨겨두었던 눈물을 몰래 흘리곤 했을 시대 말이다. 애초에 저 혼자 타며 고독하고 일정하게 스스로 질료이자 동시에 연료가 되어 주변을 환히 비추지만, 정작 제 아래는 밝히지 못하는. / 보이는. 살아진.
아니면 잉걸불이었을까. 누군가 불쏘시개로 들썩여주거나 끝없이 땔감을 넣어주지 않으면 곧 사그라지는. 아직 불씨는 살아 이글거리고 소리 내고 투덜거리고 여전히 괴로우며 속은 타들어갈 듯 뜨거우나 주변을 밝히지는 못하는. / 보이지 않는. 사라진.
스스로를 태워 빛을 낼 줄도 또 스스로 소진하며 빛을 꺼뜨릴 줄도 알기에 사실은 강한 것이라고 불러야할까. 연약함과 유약함은 다르다고 하니 그렇게 여겨야할까.
보이거나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건.
둘 다 곧 다 타서 사라진다는 것.

암흑을 만들어놓고 허튼 이름을 붙여 이제부터 ‘평화’라고 한들.
제주. 4.3.

갤러리 사진적 4월 전시는 사진가 허란의 ‘사라진, 살아진’입니다.
작가는 오랜 기간 제주 4.3의 흔적을 찾으며, 목도하지 않은 진실들이 시간을 거친 후 어떠한 실재로 남아있는지를 살폈습니다. 섬 곳곳에 숨어든 모호한 풍경들은 장면을 드러내야 하는 사진가에겐 또 다른 고통이 되었을 것입니다. 보이나 보이지 않는, 살아있으나 사라진 그곳에서 작가는 빛과 바람의 말을 들어보기로 합니다. 그것은 우연을 직면하려는 의지로 읽히기도 합니다. 작가가 사진을 통해 가만히 보여주는 산과 바다, 들과 꽃, 마을과 사람들은 때로 침묵이 가장 큰 웅변임을 역설하며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더 많습니다.
 언제나 우리가 더 많습니다.”
-영화 ‘랜드 앤 프리덤’ 대사 중

                                                                                     <작업노트 _허란​ >​​​​​​
사진 전시 전경 축소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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